"길을 잃고 방황할 때마다 나는 역사에서 답을 찾았다."
안녕하십니까? ^^ 오늘 책리뷰 및 서평으로 인사드릴 책은 EBS 등 한국사 강의로 유명한 최태성 강사님의 『역사의 쓸모』입니다. 이 책은 너무 잘 읽혀서 스타벅스에 앉아 한 번에 읽었습니다. 그만큼 재미있고 역사를 통한 교훈도 많아서 우리의 삶에 방향과 길잡이가 되어줄 책입니다.
수백 년 전 이야기가 오늘날 우리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어찌 보면 세상에서 가장 실용적인 역사 사용법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책에서 밝힙니다. "역사는 삶이라는 문제에 대한 완벽한 해설서다!" 100년 전, 1000년 전 사람들도 우리와 같은 고민을 했고 위기를 겪었으며 어떻게 슬기롭게 해결해 나갔는지 배울 수 있습니다. 또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이 되기도 하며 친구가 되기도 합니다. 과연 역사 속 그들은 어떤 선택을 했고,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생각해보면서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이순신 장군님과 같은 위인들과 호흡하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그런 책입니다. ^^
책은 크게 4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장은 쓸데없어 보이는 것의 쓸모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 숨겨진 보물을 찾아 떠나는 탐험 : 김부식의 『삼국사기』가 있다면 일연 스님의 『삼국유사』가 있습니다. 이때 '유'는 버리다, 유기하다 할 때 쓰는 말로 역사에서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버려진 이야기들만 모아 만든 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삼국사기처럼 정부의 정통성을 위해 만들어진 역사서라기보다는 우리들 입에 구전으로 전해 내려오고 민담과 설화 형식으로 어쩌면 버려졌을 우리들의 삶을 표현하는 이야기들입니다. 일연 스님께서 삼국유사를 안쓰셨다면 우리는 단군신화를 알 수 있었을까요? 일연 스님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 새날을 꿈꾸게 만드는 실체 있는 희망 : 이 곳에서는 김옥균, 박영효, 서재필, 홍영식, 서광범 등의 급진개화파가 일으킨 갑신정변을 설명합니다. 비록 짧은 기간 안에 끝났지만 우리에게는 조선의 독립과 근대화를 목표로 청나라에 대한 사대와 조공 허례 폐지, 신분제 폐지 등 그동안의 기득권의 특권을 내려놓고 국민들이 더 잘 수 있는 많은 개혁안들을 추진합니다. 그들이 아무 의미 없던 일은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이후에 벌어질 갑오개혁과 동학농민운동의 씨앗을 우리들에게 남기고 간 것입니다. 이처럼 작은 날갯짓이지만 큰 물결을 일으켰고 우리가 더 나은 사회를 이루는데 이바지하였습니다.
□ 품위 있는 삶을 만드는 선택의 힘 : 여기서는 이승만 정부의 419부정선거를 예로 들고 있습니다. '사사오입' 개헌이라고 하여 국회의원의 135.333… 명 이상이 나와야 개헌이 가능하였습니다. 운명의 장난처럼 딱! 135명이 나와 이승만 대통령이 헌법 개정으로 장기집권의 꿈은 물 건너 가는가 싶었습니다. 그러나 말장난을 합니다. 135.333명에서 0.333명은 있을 수 없는 수이므로, 135.333명 이상(136명이 되어야 합니다.)이 나와야 하는 것이 아니라 135명이면 충분하다는 논리로 개헌을 밀어붙입니다. 정말 억지에 코미디 같은 상황이 부정부패의 온상이었고 이에 화가 난 국민들로부터 심판을 받고 이승만 대통령은 명예로운 퇴장을 이루지 못하고 쫓겨나게 됩니다.
□ 역사의 구경꾼으로 남지 않기 위하여 : 조선시대 정조 임금과 정약용의 관계는 사제지간이라 불릴만큼 서로를 신뢰하고 아꼈던 사이입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백성을 사랑하고 나라의 개혁과 발전에 앞장섰던 정조는 정약용과 같은 실학파들을 대거 등용합니다. 하지만 당시 천주교 신자였던 정약용이 시기꾼들로 인해 유배를 가게 됩니다. 정조는 조상을 섬기는 조선의 법으로 천주교를 섬길 수 없어 그토록 아끼던 정약용을 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관직 복귀를 얼마 안 두고 정조는 승하하게 되고 정약용은 다시 한번 유배를 가게 됩니다. 가문은 폐족 되고 자그마치 18년 동안 귀양살이를 했고 그 뒤 여유당으로 돌아와 일생을 그곳에서 바칩니다. 그는 유배지에서 무려 500여 권의 책을 씁니다. 대표적인 책이 공무원들의 지침서 『목민심서』, 제도의 개혁 원리와 방안을 다룬 『경세유표』, 형벌의 운영에 관한 『흠흠신서』 등입니다. 이제 관직에 복귀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왜 평생을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글을 쓰며 보냈을까요? 그건 바로 정약용은 자신이 지금의 생각을 남기지 않는다면 후세 사람들은 사헌부의 재판 기록만 보고 자신을 죄인 정약용으로 기억할 것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기록하겠다는 것입니다. 출세의 길이 막혔다고, 죄인이 되었다고, 폐족이 되었다고 자포자기하여 손 놓고 있지 않았습니다. 결국 20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정약용 선생을 죄인 정약용이 아닌 위인으로 기억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두 자녀들도 끊임없이 노력하여 『농가월령가』를 남긴 정학유, 큰아들 정학연은 70세가 되어 벼슬을 얻는 등 집안은 드디어 폐족을 면하게 됩니다. 정약용이 자식들에게 당부했던 말로 이야기를 마칩니다. "진실로 너희들에게 바라노니, 항상 심기를 화평하게 가져 중요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과 다름없이 하라. 하늘의 이치는 돌고 도는 것이라서, 한번 쓰러졌다 하여 결코 일어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2장은 역사가 내게 가르쳐준 것들입니다.
□ 약소국인 신라가 삼국통일의 주인공이 되기까지 : 우리는 신라가 삼국통일은 한 것이 못내 아쉽기도 합니다. 고구려나 백제가 통일을 이룩했으면 어땠을까 생각에 잠기곤 합니다. 하지만 그당시만 놓고 보면 신라가 가장 현명하고 슬기롭게 행동했습니다. 통일전에 신라의 선덕여왕은 "우리가 삼국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는 뜻에서 황룡사 9층 목탑이라는 비전을 세웁니다. 그리고 혁신을 이어 갑니다. 그 비전과 혁신으로 내부를 결속했고 특히 국제정세를 읽는데 밝았습니다. 시야를 '나'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본 것입니다. 이런 비전과 혁신 모델 덕분에 신라가 통일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신라를 무시하는 것은 일제강점기 시절 심어졌던 식민사관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삼국을 통일했던 신라를 부정하게 되면 우리 역사를 부정하게 되므로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는 깨 부서지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우리는 신라의 비전에서 본을 받아 우리의 인생 드라마에도 최고의 반전을 남길 수 있을 것입니다.
□ 태양의 나라 잉카제국은 왜 멸망했는가 : 이전 글 『총, 균, 쇠』 에도 남겼듯 잉카제국이 몰락한 이유는 스페인의 기병, 쇠로 만든 무기, 그리고 천연두처럼 가장 강력했던 전염병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잉카제국의 리더 아타우알파의 무지함, 안일함 때문에 쇠락의 길을 맞이하였다고 설명합니다. 그들이 스페인 군대가 몇 명 되지 않더라도 제대로 준비했다면 이런 쇠락의 길은 최소한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고구려 연개소문도 자신의 힘을 과신한 나머지 당나라와 신라가 모종의 거래가 있을 수 있다는 전략적 사고를 하지 못합니다. 정세의 변화를 읽는 일에 소홀히 하면서 신라에게 삼국의 패권을 내어주게 되는 것이죠. 이런 실수들이 바로 우리에게 끊임없는 성찰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3장은 한 번의 인생, 어떻게 살 것인가 입니다.
□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면 : 조선의 개국공신 정도전을 다들 아실 겁니다. 정도전은 고려말 파직되었으나 천민의 피가 섞였다는 이유로 복직에서 제외됩니다. 후학을 양성하기 위해 학교를 세울 때마다 시기하는 사람들이 와서 계속 부쉈습니다. 이만하면 천민 출신 어머니를 탓하거나 가난한 집안을 원망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노력했습니다. 힘든 시기에 백성들의 피폐한 삶을 보면 세상을 변화시켜야겠다고 다짐했고 결국 이성계라는 사람과 대의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한 번의 인생 결코 헛되이 보내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 삶을 던진다는 것의 의미 : 대동법 전국시행을 이뤄낸 김육 선생의 이야기입니다. 김육은 조선 광해군 - 인조 - 효종에 걸쳐 끊임없이 대동법 시행과 전국 확대에 목소리를 낸 사람입니다. 지주들이 가진 토지의 넓이만큼 세금을 내야한다는건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백성을 위해 상소합니다. 결론적으로 목숨을 내어가면서까지 노력한 결과 그 뜻을 이루어 냅니다.
□ 바다 너머를 상상하는 힘 : 해상왕 장보고 들어보셨을 겁니다. 장보고는 당시에 신라 천민 출신으로 당나라 고위관직에 오른 시대의 영웅입니다. 하층민들에게 영웅일뿐만 아니라 신라라는 작은 나라에서도 영웅이 탄생한 것입니다. 그는 당나라에서 평생 호위호식하며 대대손손 관직에 머무르며 영광을 누릴 수 있었지만 고국을 위해 힘쓸 것을 다짐하고 신라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고 시야가 어두웠던 통일신라의 조정은 그의 능력을 알아보지 못하고 맙니다. 이 파트에서 교훈처럼 바로 앞만 보지 말고, 장보고처럼 저 바다 너머엔 무엇이 있을지 상상하는 꿈과 희망을 놓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4장은 인생의 답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입니다.
□ 지금 나의 온도는 적정한가 : 조선시대에 예송논쟁으로 한창 시끄러웠던 때를 기억하실 겁니다. 백성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상복을 몇 년 입어야 하며, 예법은 이렇게 또는 저렇게 해야 한다는 논쟁 말입니다. 과연 그것이 무슨 쓸모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은 갈등 요인이 널려있는 현대사회를 살면서 우리에게 당면한 문제에 나의 온도를 몇 도로 맞출 것인지 조절할 줄 아는 안목이 필요합니다. 서인과 남인의 이념 싸움처럼 허무한 일에 각자의 열정을 쏟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위의 의미 있는 교훈들 외에게 많은 재미있는 이야기와 나를 되돌아볼 수 있고 삶의 방향을 잡을 수 있는 교훈들이 가득합니다. 책 값은 15,000원이지만 커피 세 잔 이상의 값어치는 충분히 한다고 믿습니다. 아직 방황하고 마음을 다잡지 못하셨다면 지금 이 책을 꼭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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