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러분은 어떤 여행을 즐기는지 궁금합니다. 여행의 과정까지 사랑하거나, 목적지만 생각하고 달리는 여행. 출발하기 전 여행을 준비하는 단계까지. 대부분 여행 목적지를 최우선으로 꼽지만, 사실 되돌아보면 목적지까지 가는 과정이 목적지를 더 아름답게 만들어준 것 같습니다.
2.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 제목을 보고 한동안 모든걸 멈춘 뒤 오래도록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여행을 하면서 여행의 '이유'에 대해 크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여행은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일까요? 아님 여행의 이유를 생각해보지 않았거나 잊고 지냈던 걸까요?
3.
동네서점을 들러 자판대 위에 예쁜 책이 눈에 띄었습니다. 『여행의 이유』였는데 무슨 특별 에디션이었는데 표지가 너무 예뻤습니다. 맨날 실용서만 읽던 이과생은 에세이는 처음이라 당황했지만 그래도 가벼운 맛으로 구매를 했습니다. 스타벅스에 앉아 그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습니다. "아, 에세이는 이런 것이구나" 그리고 내 여행들을 생각해보기 시작했습니다.
4.
2005년 김영하 작가가 중국에 갔다가 추방당했습니다. 고작 이유랄 것이 과거 정치적 소재로 소설을 썼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여러 나라에서 아무 문제없이 출간된 책이었지만 유독 당시 중국만이 문제 삼은 것이었습니다. 이런 여행에서 그는 여행의 이유를 찾을 수 있었을까요? 그렇게 김영하 작가의 두 번째 중국 여행이 짧은 탄식과 함께 막을 내렸습니다.
5.
대학시절, 김영하 작가는 학생회장으로서 학생운동을 이끌던 사람이었습니다. 헌데 어찌어찌 되어 기업이 보내주는 중국 여행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김 작가는 마르크시즘을 배우고, 군사독재 타도를 희망하던 피 끓던 대학생이었는데 기필코 중국에서 독점재벌의 문제점을 찾으려 결심했을 것입니다. 중국에 도착한 후 중국인 대학생의 생각과 사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베이징대학 기숙사에 몰래 잠입합니다.
하지만 미국을 동경하던 그들의 모습에 당황하고 맙니다. 반년 전 천안문 사태와 한 달 전 베를린 장벽 붕괴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보태지 않고 미국에 가본적 있냐며 묻던 그들에게 없다고 답하자 실망하던 그들의 모습은 그의 마음을 어지럽게 했을 것입니다.
6.
편안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이과생은 문과생만큼의 감성을 지니고 있지 않았고 그 깊이에 흠뻑 젖어드는데에 한계는 있었지만, 이런 저에게도 에세이의 감흥을 느끼기에는 충분한 책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여름휴가에는 『여행의 이유』를 한 번 더 읽을 계획입니다.
7.
저자가 말하는 가장 이상했던 여행 중에 하나.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기한 잡학사전>이라는 TV프로그램. 그곳에서 저자는 "모든 여행은 끝나고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그게 무엇이었는지를 알게 된다"라고 말합니다. 예능을 찍을 때는 어떤 영상이 나올지 모르지만 편집 과정을 거치 고나서야 무슨 영상이었는지 알 수 있듯, 여행도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시간이 흐른 뒤에 그 여행이 완성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8.
지금도 어렵지만 '여행의 이유'를 고민한다는 것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이유를 떠올리면서 여행을 간 적이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책 제목인 『여행의 이유』가 아직도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 Who is 김영하
장편소설 『살인자의 기억법』 『너의 목소리가 들려』 『퀴즈쇼』 『빛의 제국』 『검은 꽃』 『아랑은 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소설집 『오직 두 사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오빠가 돌아왔다』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호출』, 산문집 삼부작 『보다』 『말하다』 『읽다』 등이 있다.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번역했다. 문학동네작가상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만해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김유정문학상 오영수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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